2021-07-12 11:31
안녕하세요, Re;cord 최호영입니다.
광화문 기억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며칠 전 서울시에서 철거하라는 이야길 했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주십사 부탁드리며 글을 씁니다.
지난 4월, 7주기 즈음해서 광화문 '기억과빛' 자원활동가 활동을 했습니다. 하루는 여섯 살, 다섯 살 되는 친구들이 광화문엘 왔었어요. 신나게 뛰어다닐법도 한데, 천천히 둘러보고 가만히 앉아서 곰곰이 생각도 하더라고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께 설명을 들었었대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태어난 다른 친구들에게 세월호를 어떻게 알리고 기억해야 할지,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광화문이, 광장이. 기억공간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광화문은 그런 공간이었거든요. 지금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던 때, 그저 '무엇이든 하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사람이 있는 곳.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옮겼었습니다. 거기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참여하는 능동적인 민주시민 어쩌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저 스스로의 슬픔과 무기력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끝에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었어요. 슬픔을 배웠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세상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어요. 광화문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람들이 있는 곳. 모여서 함께 기억하는 곳. 밤 늦게까지 그곳엔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불을 밝혔었습니다.
제 집에서 광화문까지는 두 시간이 걸려요. 짧지 않은 시간이에요. 왕복 네 시간이니까요. 그냥 오가기에는 조금 귀찮고 고단한 길이에요. 하지만 한 번도 오가며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많은 걸 느꼈고, 배웠고, 얻어갔거든요. 온라인 속 험한 말들에 속상하고 상처받더라도, 리본을 하나둘씩 집어가시는 분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어요. 아직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볼 때마다, 무겁고 착잡한 마음은 먼지처럼 가벼워졌어요. 뻥 뚫린 광장에서 훨훨 날아갔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니까요 광화문은. 잊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 잊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 희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곳.
처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름대로의 응답은 광화문이었어요. 지치고 힘들 때 위로받고 힘을 얻었던 곳도 광화문이었고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던져준 곳도 광화문이에요. 그 모든 것은 광화문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일 거에요.
광화문은 수많은 순간을 간직한 곳이에요. 2014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던 장소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함께 단식을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분향소를 만들었어요. 진실마중대에서는 오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리본공작소에서는 간절한 마음을 꾹 눌러담아 리본을 만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유족분들을 만나기도 했었습니다. 2015년에는 유족분들께서 삭발을 하셨어요. 또 11월에는 민중총궐기가 있었고, 백남기 어르신이 물대포에 맞으셨습니다. 2016년에는 1기 특조위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단식농성이 이뤄졌습니다. 또 그해 겨울엔 촛불집회가 열렸어요. 모두가 함께 촛불을 들고 함께 외쳤습니다.
광화문은 그런 공간이에요. 모두가 함께 세월호를 기억했던 공간.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던 공간. 그래서 소중하고,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에요.
누군가는 왜 꼭 광화문이어야 하냐고. 안산, 인천, 진도도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 언제까지 광화문에 있을거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곳이에요. 뿐만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지나다니는 곳이고요. 그래서 필요해요. 그렇기에 의미가 있고요.
삶의 한 가운데 죽음이 자리하는 건. 애도와 상실을 망각하지 않도록 해 줘요. 우리를 잊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요. 현재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줍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요.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오늘날은 그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안전한지. 내일의 사람들도 그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식수나 표지석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위령탑이 필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모일 수 있는 곳.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곳. 끝없는 무기력을 느낄 때 무엇이라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곳. 다음에 태어날 사람들에게 또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알려주는. 기억하게 해주고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광화문은 그런 공간이어야 해요. 광장은 그런 공간이어야 해요.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보존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또 주변에도 널리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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